오늘은 5일만에 돌아오는 울진장날.. 낮에 잠시 문을 닫아놓고 장에 나갔다 왔습니다. 설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이번 장날, 설 전에 한 번 더 장이 서겠지만 미리 제수음식을 준비하려는 사람들로 길이 좁았어요.
때가 때인 지라 ‘뻥이야’ 할아버지가 가장 분주하시고, 생선(대목장 때만 볼 수 있는 동태포 뜨는 곳이 여러군데), 과일, 나물, 강정, 옷, 양말, 신발 등 없는 것만 빼고 다 파는 노점마다 사람들로 인산인해였습니다.
장날이 되면, 번듯한 내 가게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보다 장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물건을 파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. 1/3쯤은 외부에서 물건을 팔러온 상인들이고 나머지는 면 단위 산골에서 첫 차로 이고지고 나온 할머니들이십니다. 그러니 파는 물품이 정해져 있습니다.
외부에서 오는 사람들은, 지역에서 생산이 안 되는 공산품을,(울진이 바닷가지만 현지조달이 안 되는 고등어, 갈치, 동태 같은 생선이나, 항상 문전성시라 파장 때면 준비한 재료가 다 떨어지는 오뎅, 도너츠를 즉석에서 만들어 파는 사람들도 장날마다 오는 외부인), 온갖 남새며 콩, 팥, 찹쌀을 비롯한 갖가지 곡물, 가자미 등 말린 생선 종류는 할머니들이 팝니다.(냉이가 벌써 나왔더군요!)
10년 전, 울진에 와서 처음 장구경 나갔다가 오늘처럼 사람들로 북적대던 장날풍경을 보고, 코흘리개 어린시절이 생각나 가슴 두근대던 기억을 잊을 수 없습니다. 기회가 되면, 저 치열한 삶의 현장을 사진기에 담아보리라...작심했었는데, 그 다짐은 아직도 미완으로 남아있습니다.
저는 오늘 무얼 샀냐구요? 사고 싶은 게 많았지만 눈 질끈 감고 제가 간 곳은 바지 파는 곳.(바닥에 주욱 늘어놓고 파는^^) ‘장날표’라고 해서 값이 싸기만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잘 고르면 싸게 살 수 있는 장날표이기도 하지요.
어느 댁의 말을 듣고 가 본 노점, 살려고 했던 바지가 맞는 싸이즈가 없어 그냥 돌아나오는데, 옆 커튼가게에서 커튼 만들고 남은 자투리를 팔려고 내놓은 천이 눈에 띄어, 고르고 골라 쿠션이나 베갯닛을 만들면 좋을 보랏빛이 주종인 고운 천을 세가지 샀습니다.(제가 가장 잘 할 줄 아는게 바느질입니당.^^;)
여성지에 나오는, 먼지 한 톨 없을 깔끔한 집 소파에 놓여있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쿠션을 보며, 난 언제나 한 번 만들어보나 했는데, 이렇게 우연찮게 응용해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.
두드리면 열리련만, 여기엔 천 파는 곳이 없다고 언제 서울 가면 동대문시장에 가서 사와야지 이러고만 있었습니다. 속에 넣을 솜은 이불집에 가서 사면 될 테고, 네모반듯한 아주 기본적인 모양이 되겠지만 어떤 작품이 나올까 벌써부터 기대됩니다.-_-;
사진은, 1월17일 장날 풍경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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